성병聲病에 걸리다
유안진
하느님
저는 투명인간인가 봅니다
바로 앞 바로 옆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깁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빠
‘있다’고 ‘나’라고 주장하다가 지쳐 그만
성병(聲病)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도처럼
순교(殉敎)를 영광과 환희로 맞았던 초기기독교도처럼
명성을 영광과 환희로 맞이하고 싶은데
도저히 정복할 수 없어서 국교(國敎)로 삼아버린 로마제국처럼
제가 정복할 수 없는 명성(名聲)은
저의 종교가 되었나 봅니다
저의 하느님이 되었나 봅니다
정복할 수도 정복될 수도 없는
성병에 걸려서
스스로를 얼마나 속이며 기만했으며
꿈과 성병을 구별하지 못했던가를
선망과 조롱으로 우습게보았던 타인과 자신을
사람본래로 보게 눈 열어주십시오
죽는 순간까지도 해방될 수 없다는 그 성병을
저만은 반드시 살아서 고쳐서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 2009년 제7회《유심》작품상 수상작
*그런 마음이 들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읽습니다
2016. 01. 20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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