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시인의 친구/이금한

향기로운 재스민 2016. 4. 11. 16:05

 


 

 


시인의 친구

이금한


몸으로 시를 쓰고

하늘을 열었다 너는

아마 전생이 시였는가 보다

그렇게 떠나가 바람으로 떠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차라리 티끌이라도 되었으면

그 바람 곁에 눈물 흘릴 것을


간혹 하늘의 푸른빛으로 보이지 마라

너는 아마 전생이 없는

그저 한 줄의 시였는가 보다

아무 때라도 불쑥 찾아와

가슴을 후비고 달아나는 바람의

깊은 쇠고랑이었나 보다


낡은 시집의 끝 부분에

잘 읽히지 않는 한 줄 시처럼

마음의 깊은 고랑이 되었나

너의 모습은 세월에 가리어져

내 마음의 밭에서 찾을 길 없으니

내가 남아서 너의 전생이 되련다


내가 살아서

너의 이야기를 하늘에 풀어 놓으면

때론 여린 푸른빛이나 잿빛으로

때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마흔해 쯤이거나 훨씬 더 이전에

네가 걷던 길에서 생겨나는 황톳바람

한 줄 붉은 가슴이 휘날린다


시 속에서 의미로 머리를 조아려도

바람보다 먼저 떠난 길을 알아

언제고 먼저 떠나가겠지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 때 알게 되리

아무것도 아니었던 너의 생이

한 줄 시가 되어 하늘에 걸려 있음을 

너의 전생은 나의 생을 업고서

잘 읽혀지지 않는 시집의 한 귀퉁이에

한 줄 시로 남겨 놓고

다시 떠나리라는 것을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금한 시집에서....



2016. 06. 11.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