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친구
이금한
몸으로 시를 쓰고
하늘을 열었다 너는
아마 전생이 시였는가 보다
그렇게 떠나가 바람으로 떠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차라리 티끌이라도 되었으면
그 바람 곁에 눈물 흘릴 것을
간혹 하늘의 푸른빛으로 보이지 마라
너는 아마 전생이 없는
그저 한 줄의 시였는가 보다
아무 때라도 불쑥 찾아와
가슴을 후비고 달아나는 바람의
깊은 쇠고랑이었나 보다
낡은 시집의 끝 부분에
잘 읽히지 않는 한 줄 시처럼
마음의 깊은 고랑이 되었나
너의 모습은 세월에 가리어져
내 마음의 밭에서 찾을 길 없으니
내가 남아서 너의 전생이 되련다
내가 살아서
너의 이야기를 하늘에 풀어 놓으면
때론 여린 푸른빛이나 잿빛으로
때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마흔해 쯤이거나 훨씬 더 이전에
네가 걷던 길에서 생겨나는 황톳바람
한 줄 붉은 가슴이 휘날린다
시 속에서 의미로 머리를 조아려도
바람보다 먼저 떠난 길을 알아
언제고 먼저 떠나가겠지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 때 알게 되리
아무것도 아니었던 너의 생이
한 줄 시가 되어 하늘에 걸려 있음을
너의 전생은 나의 생을 업고서
잘 읽혀지지 않는 시집의 한 귀퉁이에
한 줄 시로 남겨 놓고
다시 떠나리라는 것을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금한 시집에서....
2016. 06. 11.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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