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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의 분골쇄신/권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6. 5. 4. 14:52

 

 

 

 

 

이 여인의 분골쇄신/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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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란 터지기 전 잠시 평온했던 덕수궁 뜰

주고받은 아무 증표 없이 일부의 일처가 된 여인

그 난리 통에 어찌어찌 살림밑천 하나는 장만하고

불안한 시대의 우울 속에서도 대를 잇긴 이었건만

훗날의 몹쓸 일들 예감하지 못한 채

어린 것 등짝에 업고 활짝 웃는 흑백 사진속 여인

라디오 연속극을 몸 낮추어 들으며

알록달록 울퉁불퉁 남의 이야기

내 삶처럼 애태우던 서른여섯 여인의 볼우물

부부의 연을 맺어 살며 한 순간 빈말이나마

사랑이란 말 한번 지아비에게 했을까 싶은 서툰 중년

무심했던 사람 가시기 며칠 전 엄지 치켜세우며

당신이 최고라고 고백했다는

나는 보지도 못하고 확인도 불가능한 그 사건을

씹고 곱씹으며 남들 앞에 자랑삼던 속없는 미망인

노무현을 찍었다며 슬쩍 내 비위를 맞춰주기도 했던

달이 맘껏 부푼 어느 해 대보름

냉수 한 사발 떠놓고 무얼 비셨냐 묻는 내게

두루 맑은 세상 소원했노라고 두 손 모아 공손했던

여인의 엷은 주름 사이로 스며들었던 달빛

이 아이들 대학갈 때까지 살겠나에서

장가가는 것 보겠나를 거쳐 잘하면

증손자 한번 안아 볼 수 있겠지 까지의 낙관에 이르자

이제 따슨 며느리 밥은 걸렀겠지... 말끝을 흐렸으나

켜켜이 반 뼘씩 늘리어 가던 개별 소망

지난번 집을 옮길 때는 다 멀쩡한 것들이라며

옷가지 하나 버리지 말라며 의욕을 과시하더니만  

절반의 성공만으로 덜컥 구순 생의 바퀴가 멈춰선

이 여인이 한 시간 오십분 동안 소신하고 뼈를 갈아

또 누굴 위한 쇄신의 길을 서둘러 떠난 걸까

.................................................................


 지난 해 무슨 이야기 끝에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제였냐고 여쭈었더니 어머니는 처녀 때 오빠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서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며 흰 구름을 쳐다볼 때라고 하셨다. 물론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의 언저리에서 나온 말이지만 내심 조금 서운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1949년 결혼이후 돌아가시기까지 좋은 일보다는 궂은 일 험한 일을 더 많이 보고 겪었음은 사실인 것 같다. 어느 어머니인들 그렇지 않을까만 조마조마하고 간당간당한 삶 가운데서도 먼저 참고 희생하며 헌신해 오신 분은 언제나 어머니였다. 그리고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내 결핍을 채워주려는 자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 희생과 헌신에 비해 자식이라고 달랑 하나인 내 앞가림은 늘 신통찮았다.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지난 세월 내 착오와 아집, 경솔과 부박함으로 인해 두어 번 허방에 빠지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어머니의 착하고 갸륵한 아들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쯤 어느 주말드라마의 셋째 아들로 나오는 홍요섭처럼 단정하고 온화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자식 잘 되기를 성심으로 기도했겠으나 어머니의 바람대로 살지 못했다. 더구나 아버지의 욕심에는 한참 모자라는 삶의 궤적이었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낙천적이며 타고난 건강체질이었던 어머니가 그렇게 갑작스레 쓰러져 가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는 내 방심이 컸다. 지난 해 12월 너른 아파트를 절반으로 줄여 이사할 때만 해도 어머니 물건은 거의 버린 게 없었다. 다시 입을 것 같지 않은 한복이니 겉옷들도 일괄 세탁을 맡겨 비닐포장된 상태였다.


 이토록 허망하게 가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사람들은 구순의 나이에 모든 걸 귀결시키려하지만 적어도 5~6년은 끄떡없을 줄 알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삿짐이 정리 되는대로 다 접어두고 동해안이나 서해안 쪽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려고 했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 내게 처음은 아니었다. 근무하던 항공사를 퇴직하면서 받은 몇 장 티켓의 유효기간이 임박해서야 함께 제주도도 가고 일본과 동남아 여행도 했었다. 홍콩에 갔을 때는 어머니를 34층 호텔방에 혼자 두고서 밤에 지인을 만나 밤새 술을 퍼마시고 새벽에 돌아온 일도 있었다. 나의 어머니에 대한 효도는 늘 그런 식이었다. 어머니가 처음 병원에 실려 갈 때도 임종 전날 밤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내 안의 수런거리는 자책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유난떨게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집에 남은 몇 분의 난은 말라죽고 말았다.


 육신의 사라짐이 가져다주는 후유증도 적지 않겠으나 그보다는 관계단절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추억이 생생히 존재하고 못 다한 사랑이 남아있는 한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손자도 하나 있고, 나도 오랜 냉담을 풀고 성당에 나가겠노라 했으니 약속을 지키는 일도 과제로 남았다. 보잘 것 없고 쓸모없는 것들이지만 유품을 정리하면서 체취와 손길이 스며있는 것들은 그냥 내버리기가 주저되었다. 아낀답시고 한 번도 입지 않고 깊숙이 보물처럼 숨겨둔 옷들도 있었다. 어머니 모습이 고스란한 옛 사진들은 세월의 덧없음과 추억의 쓸쓸함을 짙게 베어나게 한다. 그전에는 어질어질하던 돋보기가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어지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분골쇄신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잘 추슬러서 어쨌든 남은 시간 잘 살아야겠다.



권순진

 

Mother of mine - Jimmy Osmond

Mother of mine!
You gave to me all of
my life to do as I please.
I owe everything I have to you.

나의 어머니!
어머닌 내가 좋을 대로 하도록
나의 모든 삶을 허락해 주었어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어머니 덕분이에요.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of mine! When I was young
You showed me the right
way things should be done.
Without your love,
where would I be?

어머니, 사랑스런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닌 가야할 오른 길을
내게 보여주었어요.
어머니 사랑이 없었더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you gave me happiness
much more than words can say.

어머니, 나의 사랑스런 어머니
어머닌 말할 수 없는 많은 행복을
내게 주었어요.

I pray the Lord
that He may bless you
every night and every day.

난 매일매일
어머니에게 축복이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요.

Mother of mine!
Now I am grown.
And I can walk straight
all on my own.
I"d like to give you
what you gave to me.

나의 어머니
이제 난 어른이 되어
나 혼자서도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어머니가 제게 준 것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you gave me happiness
much more than words can say.

어머니, 나의 사랑스런 어머니
어머닌 말할 수 없는 많은 행복을
내게 주었어요.

I pray the Lord
that He may bless you
every night and every day.

난 매일매일
어머니에게 축복이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요.

Mother of mine!
Now I am grown.
And I can walk straight
all on my own.
I'd like to give you
what you gave to me.

나의 어머니
이제 난 어른이 되어
나 혼자서도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어머니가 제게 준 것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Mother, sweet mother of mine.
Mother, sweet mother of mine

어머니, 사랑스런 나의 어머니
어머니, 사랑스런 나의 어머니

 

 

 

 

 

 

 

 


 

*스토리문학 부주간 (권순진)

 시와 시와 편집장

 

 

2016. 05. 0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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