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작품
브라자 하나 주문했는데
김방주
공원 앞 횡단보도 건너기 전
리어카에 속옷과 양말을 파는
아주머니는 비온 뒤 따가운 햇볕은
반가운 손님 같은가 보다
저녁 산책을 가끔은 습관처럼
성당 뒷길 옆 골목길을 다니는 나는
리어카 앞에 서서 여러가지 크기와 모양의
브라자 구경을 하며 서 있다
만원에서 부터 만 팔천원까지 세 종류를 들어보며
어느것이 내게 맞으려나 궁리를 한다
오늘은
모처럼 난전을 펼쳐놓은 아주머니에게
하나쯤 사보고 싶어져서이다
너무 비치는 것을 집으려다 안 비치는 이걸로
'주세요" 말한다
갑자기 아주머니는 기분 나쁜 표정이 되면서
퉁명스럽다 '안 사도 되어요'
왜요? 아주머니 장사를 하시면서 그런식으로
대하시면 안되지요.
전에 추석 무렵에 일부러 가운데 쪽 길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들의 물건은 사는 날
아주머니 가게에서 하안 고무 장갑 둘을 산 일이 있지요
기억나세요? 무엇이라도 사면서 손님이 되고 싶은 날이라는 걸
설명한다 그러면서 나는 '호떡집' 이라는 시도 써 본 사람인데....
갑자기 '아!, 미안해요'
마침 옆에 다른 아주머니도 브라자와 양말을 사겠다고 주문한다
양말 열개 묶은 것 중에 다서개만 사겠다니 난처한 표정이다
얼른 다섯개는 '절 주세요' 하며 거든다
갑자기 내게 덧버선 하나를 비닐 주머니에 더 넣으면서
미안해 한다
혹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니
내가 좋은 사람같이 친근하게 느껴졌을까
모가 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였는데...
#602
2016. 06. 05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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