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잎사귀
/김방주
시나브로 지나가는 세월 뒤에서
오늘 비 내리고 바람은 차다
이마의 뚜렷해지는 주름 사이로
은행잎 한 장 빗금 그으며 내린다.
이어 기억 한 줄기 별똥별로 발아래 구른다.
단발머리 여고생의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너
많은 눈물을 삼켜서 더 아름다웠던 너
기억에서 빠져나와 헤매는 나를 멈추게 한
똑 떨어져 또르르 구르는 은행 한 알
조금 더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며
내가 네 옆에 더 있다가 갈까
네가 내 옆에 더 머무를 수는 없을까
우리는 서로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엇갈린 시간의 배열을 손톱만큼만 원망하며
아주 조금씩만 초라해지리라
종심(從心)의 남루를 누군들 반길까만
모두들 외면한다 해도
나는 꿈을 외면하고 싶지 않으니
아직은 내 사랑 끝나지 않았네.
비 그치고 마지막 남은 몇 장의 은행잎이
비뚤비뚤 길 위를 쏘다니거나 말거나.
(* 천태산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詩와 에세이)
천태산에 올라가는 길에 전시됨 2016. 10 16 ~
충청북도 영동
#629
2016. 10. 16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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