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

은행나무 잎사귀/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6. 10. 17. 09:59





은행나무 잎사귀

/김방주

 

시나브로 지나가는 세월 뒤에서

오늘 비 내리고 바람은 차다

이마의 뚜렷해지는 주름 사이로

은행잎 한 장 빗금 그으며 내린다.

이어 기억 한 줄기 별똥별로 발아래 구른다.

단발머리 여고생의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너

많은 눈물을 삼켜서 더 아름다웠던 너

기억에서 빠져나와 헤매는 나를 멈추게 한  

똑 떨어져 또르르 구르는 은행 한 알  

조금 더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며

내가 네 옆에 더 있다가 갈까

네가 내 옆에 더 머무를 수는 없을까

우리는 서로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엇갈린 시간의 배열을 손톱만큼만 원망하며

아주 조금씩만 초라해지리라

종심(從心)의 남루를 누군들 반길까만  

모두들 외면한다 해도

나는 꿈을 외면하고 싶지 않으니

아직은 내 사랑 끝나지 않았네.

비 그치고 마지막 남은 몇 장의 은행잎이

비뚤비뚤 길 위를 쏘다니거나 말거나.


(* 천태산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詩와 에세이)

천태산에 올라가는 길에 전시됨 2016. 10 16 ~   

충청북도 영동


#629




2016. 10. 16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