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수제비와 비틀즈 (소올푸드)....김창완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23. 06:25

 

수제비와 비틀즈....김창완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왜 들었을까?

 

식사의 동인은 배고픔이 아니라 시간표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다.아직 손님은 없었다.

녹슨 철제장 위에 올려 있는 작은 스피커에서는 비틀즈의

we can work it out (위 캔 워크 잇 아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메뉴를 보니 콩나물 비빔밥과 수제비가 전부였다  식사 메뉴와

노래가 묘한 충돌을 일으키고 있었다.

수제비는 느린 시간의 배를 타고 노래는 빠른 시간의 배를 타고 흐르는

듯 했다.

 

들깨가루가 잔뜩  들어간 수제비가 나왔다. 계속해서 비틀즈가 흘렀다.

페이퍼백 라이터Paperback writer, 겟백 Get back>....겟백의 전주는

모자챙을 평평하게 만들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는

남학생의 껄렁대는 모습에 어울린다.

 

'비틀즈 좋아하세요?"

'아뇨. 저는 비틀즈보다 롤링스톤즈를  좋아했어요. 근데 수제비 집에

웬 비틀즈예요?"

'저희 집에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와요. 그래서 그냥 편안한 노래를

많이 들어요."

청춘 시절에 먹던 음식을 늙어서 먹는다고 해서 가슴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노래는 가슴을 울게하고 음식은 심장을  뛰게 한다.

 

 

수제비에 들어가 있는 들깨 냄새가 엣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노인 병원에 입원해 계신 아버지를 뵈러 가족들은 주말이면 아버지가

드실 도시락을 싸서 방문을 했다. 이십칠년의 병치레를 한 삼 년쯤으로

기억하고 계셨다. 그러나 드시는 걸 잊지는 않으셨다.

한번은 들깨죽과 완자와 고기를 볶아서 가져갔다. 침상에 둘러

앉아 조금씩 떠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가족은 아버님의 병세가 호전되어 감정 상태가 돌아온 줄  알고

내심 기뻐하며 더 많이 드시라고 권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식사하길

뿌리치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틀니까 빠져 처음부터 씹을 수가 없었는데

그걸 모르고 완자며 고기며 들깨죽을 쑤셔 넣은 꼴이었다.

빠졌던 틀니를 제자리에 끼우고 나니 빙긋빙긋 웃으시며 좋아라

하셨다. 그리곤 그 많은 걸 다드셨다 그러나 식욕도 병을 이기지는

못했다.

 

비틀즈 판은 계속 돌아갔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 노래는 늙지 않는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렛 잇 비

Let it be> 가 흘러나왔다.

 

"식사 맛있었어요?"

"응, 근데 조금 아팠어요."

"왜요?"

종업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냐, 맛있어서 그래요."

 

 

비틀즈를 들으며 먹은 오늘의 점심식사 수제비는 한 끼니의 식사이기도 하고

내 인생을 들여다보는 핀홀이기도 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삶은 늘

한끼의 식사일 뿐이다.

 

식당 문을 열고 나올 때는 <유 노우 마이 네임 You know my name> 이 흐르고

있었다

 

 

김창완...서울대학교 잠사학과    '산울림'의 리드보컬로 산울림 1집 <아니 벌써>

            <개구장이> <산할아버지> <운동회>   동요집

            '김창완 밴드'  EP 앨범 (The Happiest)  1 집<BUS> 

            <사일런트 머신, 길자> <이제야 보이네>

            현재 SBS 파워 FM (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진행을 맡음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삶은 늘 한끼의 식사일 뿐이다***

      노래는 가슴을 울게하고 음식은 심장을 뛰게 한다.

 

 

 

 

***  이 분은 모든 사람에게 무언지 모를 웃음띤 얼굴로 대할것 같은

      그런 분위기로 느껴서인지 글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 지난 날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 같다.  ***

     

 

 

 

 

 

 

 

2011.  11.  23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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