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하늘에 쓰네/고정희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2. 3. 04:41

 

 

 

 

하늘에 쓰네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 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정 죽지사 열두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시집  (아름다운 사람하나)  (푸른 숲, 1997)

 

 

이 글을 읽은 시인의 해설은  (권순진)

 

"뚝뚝 흘린 눈물을 찍어 쓴 이 연시에서

시시 때때로 떠오르는  그대 생각,

사무치는 그리움,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이

찌릿찌릿하게 전이됨을 느낀다" 고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하고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하며

얻는 더 큰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란다

이 사랑의 대상은 어쩜 하느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P.S.   지금 부터의 삶은 아내의 고통을 대신 하곘다는

         마음으로 살겠다면서  같이 죽고싶었다는  Lee P.O.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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