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

수건 탑....박정남 ( 여. 카타리나)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 8. 08:06

 

 

 

수건 탑...  (박정남.....카타리나 )

 

 

빨랫줄에 타월 수건이 걸려 있다

폭폭 삶아서 많이도 탈색이 되었다

바짝 말라 까칠까칠하다

수건이 그의 손 뼈마디까지 다 드러냈다

 

수건이 갑자기 제 일생을

여실하게 보여 주는 순간이다

이럴 때 수건은 바람이 불어도

펄럭펄럭 소리 내어 울어서는  안 되고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 따라 둥둥

길을 떠나가서도 안된다

 

수건에 찍힌 무수한 손자국과 얼굴 자국들

식탁 위의 벌건 김치 국물은 또 어떻게 하고

 

수건 안에는 수건만이 걸어간 길이 있다.

지워도 지워도 남아 있는 기억의 필름처럼

 

바짝 마른 타월 수건을 개어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수건도 탑이 된다

수건에 찍힌 무수한 손자국과 얼굴 자국들의

탑이 있다

 

 

박정남(카타리나)  시집 <숯검정이 여자>, <길은 붉고 따뜻하다>

                               <이팝나무길을 가다> <명자> 등

 

 

 

< 수건의 일생이라는 이 시는 일상의 되풀이 되는 내게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는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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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08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