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스토리문학 60호에 부쳐
김순진
불광천 자전거길 달리면서 생각한다
혼자는 설 수 없어 잡고 서던 유아기
엄마의 손을 꼭 쥐고 들어갔던 초등학교
300만원 융자받아 사글셋방 전전하며
두 부부 무일푼에 이 악물고 살아보려
자전거 페달 굴리듯 앞만 보고 달려왔다
기술도 없으면서 공장차려 망했었다
아내를 앞세워 처형에게 돈 꿨다가
제때에 갚지 못해서 의리 상할 뻔 했었다
슈퍼를 차렸는데 장사 조금 된다니까
부모형제 선심 쓰고 술값도 내가 사고
갑부나 된 사람처럼 흥청대다 망했었다
음식도 못 만들면서 식당차려 또 망하고
세일에 공사판에 안 해본 일 없었으며
붕어빵 행상 꾸려서 리어카 끌고 나서니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라며 혀를 차네
강도질 도둑질 빼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세상엔 돈 꾸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없었네
오뎅 팔고 튀김 팔며 틈틈이 글을 쓰니
쓸데없는 짓 한다며 야단치는 이웃들
그래도 잘 할 수 있는 건 문학밖에 없어서
밤낮으로 10년 파니 세상이 좀 보이고
대 모험을 걸고서 스토리문학 낸다고
이 몸은 물론, 아내까지 신용불량자 되면서
죽을 힘 다해서 목숨 걸고 덤비니
사람들 격려하고 책 잘 만든다, 다가왔네
그간에 만들어낸 책 수백 권이 넘어가고
만 5년이 되어서 60호가 나왔네
이제는 살 것 같네 무엇이든 자신있네
어떠한 일이든 간에 열심히 하는 자가 이기지
음식도 손님 많은 집에서 먹어야하듯
일 많은 출판사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저서를 내시겠다고 여기저기 주문오네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네
가시밭 길이라도 가야할 사명이라면
환경을 탓하지 말고 앞으로만 달려가자
앞바퀴만 달릴 수도 뒷바퀴만 쉴 수도
둘 다 달리거나 둘 다 서서 쉬어야 하듯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하는 게 인생살이
상추며 열무를 뽑아놓고 기다리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 고향집에 들르듯
가던 길 잠시 멈춰서 한 발을 내리 딛는다
자전거는 달려야만 넘어지지 않듯이
생각도 달려야만 넘어지지 않으며
두 페달 연거푸 밟아야 나가는 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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