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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의 식사법.....김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2. 3. 30. 05:21

 

 

 

 

다리미의 식사법.......김순진

 

 

일에 코를 꿴 그가 야금야금 구김을 먹고 있다

다북쑥 푸른 밭두렁을 먹고 소작농의 설움을 먹고

대폿집 주모의 웃음을 먹고 있는 중이다

 

십년을 살아낸 아버지의 단벌 바지는

장롱에 매달려서도 숯다리미의 뜨거움을 마셔보지 못했다

솔깃 사이로 도도독 인두에 타들어가던

서캐들의 생사를 기억하던 아버지의 바지

모처럼 돌아오는 동네 잔칫날이면

선택의 여지없이 풀물 든 바지는 아버지의 어깨를

구부리게 했다

 

뒷둔지 오리나무 정자 밑에서 참 먹는 아버지의 바지는

오금을 펴지 못했다

논밭을 오가며 늘 엎드려서만 우리의 먹을거리를 준비하신

아버지

 

그가 기어다니며 아버지의 구김을 먹고 있다

 

 

 

***선택의 여지없이 풀물 든 바지는 아버지의 어깨를 구부리게 했다...***

2011  포천 예술 12 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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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30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