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그릇에 관하여....전문..... 윤성택

향기로운 재스민 2012. 4. 29. 06:31

 

 

 

그릇에 관하여....윤성택

 

 

얘야, 그릇은 담아내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인생살이란다

 

 

어머니의 손은 젖을 대로 젖어서

좀처럼 마를 것 같지 않다

젖은 손을 맞잡고 문득 펴 보았을 때

빈 손바닥 강줄기로 흐르는 손금

긴 여행인 듯 패여 왔구나

 

 

접시들은 더러움을 나눠 가지며

조금씩 깨끗해진다

헹궈낸 접시를 마른 행주로 닦아내는

어머니의 잔손질, 햇살도 꺾여

차곡차곡 접시에 쌓인다

왜 어머니는 오래된 그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환한 잇몸의 그릇들

촘촘히 포개진다

나도 저 그릇처럼 닦아졌던가

말없이 어머니는 눈물 같은 물기만

정성스레 닦아낸다

 

 

그릇 하나 깨끗하게 찬장으로 올라간다

 

 

(그릇에 관하여)

<문학과 창작>  (2002 년 7 월호)

(김순진 평론집  自我 5 希望 5의 적절한 등식   에서)

 

 

 

***윤성택 시인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보는 글인데도 더 읽고 싶게 만든다...***

어머니의 손바닥 깊이 패인 줄기를 보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을 그 마음에

나도 내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보게된다

 

 

 

2012. 4. 29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