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관하여....윤성택
얘야, 그릇은 담아내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인생살이란다
어머니의 손은 젖을 대로 젖어서
좀처럼 마를 것 같지 않다
젖은 손을 맞잡고 문득 펴 보았을 때
빈 손바닥 강줄기로 흐르는 손금
긴 여행인 듯 패여 왔구나
접시들은 더러움을 나눠 가지며
조금씩 깨끗해진다
헹궈낸 접시를 마른 행주로 닦아내는
어머니의 잔손질, 햇살도 꺾여
차곡차곡 접시에 쌓인다
왜 어머니는 오래된 그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환한 잇몸의 그릇들
촘촘히 포개진다
나도 저 그릇처럼 닦아졌던가
말없이 어머니는 눈물 같은 물기만
정성스레 닦아낸다
그릇 하나 깨끗하게 찬장으로 올라간다
(그릇에 관하여)
<문학과 창작> (2002 년 7 월호)
(김순진 평론집 自我 5 希望 5의 적절한 등식 에서)
***윤성택 시인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보는 글인데도 더 읽고 싶게 만든다...***
어머니의 손바닥 깊이 패인 줄기를 보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을 그 마음에
나도 내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보게된다
2012. 4. 29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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