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스크랩] 눈물의 칸타타 외 1 / 전건호

향기로운 재스민 2012. 5. 21. 06:14

 

 

눈물의 칸타타

                                   전 건호

 

 

은하의 절벽에 밀려드는 저녁

발꿈치에 붙어있던 어둠의 입자들이

시간의 환승역에 북적이는데

밤은 좀처럼 별들을 풀지 않는다

 

지난 날을 곱씹는 새치와

미래를 꿈꾸는 곱슬머리가

서로 엉겨 떨어질 줄 모른다

 

배배 꼬인 길을 빗질하다 보면

머리칼에 수신되던 별빛 발밑에 하얗다

 

제멋대로 고집피우는 것들을

드라이하고 염색을 하는 사이

모반을 꿈꾸는 것들은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어떤 기억은 결을 따라 곱게 빗겨지지만

죽은 자의 언어 같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항로들

어디로 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오선지 같은 건널목을 무단횡단 할 때

높은 음계로 솟구치는 차들의 비명

힘 다해 건너뛰다 주저앉는 마지막 건널목에서라도

눈 한번 마주칠 수만 있다면

이대로 영영 잠들어도 좋다

 

 

 

 

 

비주류

 

 

지난 일을 곱씹기 좋아하는

내 신발은 언제나 뒷굽 바깥부터 닳았다

 

등잔 밑을 보지 못하고 먼 산 바라보다 실족해 넘어지기 일쑤

가까운 곳에서 늘 뒤통수를 맞곤 했다

손 내밀어 주는 이도 못 알아 본 채

추억의 뒤란을 헤매는 나를 지켜보던 가로수들은

수시로 표정을 바꿨고

꼬리 잘린 길을 쫒는 시선은 지독한 근시였다

 

어쩌다 뒷걸음질 치다보면

나를 따라오던 발자국에게 덜미를 밟혔다

 

오래된 구두처럼 닳아 버린 꿈마다

가위눌린 내가 진땀을 흘렸다

부풀어 오르는 풍문에 쏠린 저녁은

불구의 몸을 절름거리며 찾아왔다

 

급소를 치는 인파이터가 아닌

언저리만 빙빙 돌던 아웃파이터가 되어

기습카운터펀치 한방에 나가떨어지곤 했다

 

뒷굽의 경사에 비례하여

무게중심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2012 시와문화 봄호

출처 : 전건호
글쓴이 : 전건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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