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수목장.....이 원 용
서재를 정리하다 반세기 전 어느 봄날에 찍은 빛바랜 사진
한장이
내 눈 속에 들어와 반가이 맞이하였지만
나와 어깨동무한 그녀는 화사하게 웃고 있는데
이미 저 세상으로 간지 오래이기에
풋사랑한 까닭도 잊은 채 그녀를 품에 안고 산으로 가네
연리지를 닮은 나뭇잎에서 나의 몸과 그녀의 혼을 태우니
우리들은 함께 매캐한 냄새로 신음하다가
잠시 전에 가슴이 뜨거웠던 이유를
태워진 흔적에게 물으며
하얀 재로 변한 나와 그녀를 하늘과 땅으로 이어진 나무 아래
남은 기억들까지 주워 모아 수목장을 치르네
포옹도 악수도 없이 헤어진 것을 인연의 끝이라고
혼자의 어설픈 이야기 속에 묻으며
사랑했던 날과 잊고 있었던 날들의 틈새에서
연기로 날아 잠시 후에 하늘에서 만날까 기다리지만
나의 영혼만 남아 눈가에서 맴도는데
조용히 서서 조문하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서툰 언어로 이별의 곡을 부르네
'그녀에게 가는 길' 42회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정기 시낭송회 엔솔로지 에서
한국 스토리 문인협회
2012. 07. 10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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