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계절

지랄이다(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 병률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1. 3. 08:04

 

 

MEHDI / Falling Leaves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다.

색이 되려고 태어난 무엇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아놓은 것이다.

색이 되려고 했는데 빛을 너무 많이 쪼였다

 

우리가 그걸 원하고 있을 때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나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가지려고 하는 마음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속살의 색깔이다.

안달의 색이며 당신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을 질투하는 상태와

당신 자체를 송두리째 질투하는 또다른 마음의 흥분, 그러니 참 고약하다

 

심장으로도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있겠지만, 당신에게 일생동안,

단 한순간만이라도 붙들리고 싶더라도 당신의 문이,

마음이 열리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심정의 기복을 담은 색, 그래서 먹고 싶거나 몸에 걸치고 싶은 색,

마음에 닿으면 길길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색, 칙칙한 바닥에서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색,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 없이 느껴지는 날,

가까이 두어야 할 분홍은 그런 색이다

 

분홍은 '혹시 날 위해 웃어줄 수 있어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헤프게 웃어줄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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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분홍의 마음이 되고싶다고 생각한적이 있던가

 

누군가가 내게 분홍의 마음이 되어 혹 날 위해 웃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적이 있나를 더듬어보게 되는 글이다

 

'곁을 주지않고 살아왔다'고 한들 지금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살아있다는 그 말만으로는.

이제 앞으로 또 얼마나 지나야  이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을지.....

다시 보라색의 마음으로 가게되는가 아닐까

눈물  때문에도

바람이 약하게 불어도 나는 늘 썬 그라스를 끼고 지내야하나보다

그녀는 아직 자고있는 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2012. 11. 03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