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사랑 한 조각/최문자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1. 25. 12:55

 

Ombra Mai Fu - Thomas Otten

 

 

사랑 한 조각/최문자

 

 

언제 깨졌는지

깨지고 깨지다

불이 꺼져도

나에게 뿌리박으러 달려드는 홀씨 같은 것

저 불안정한 한 조각만으로

죽음도 환할 수 있다

저 얇은 조각 하나 가지고도

돌을 깨고 우물을 파낼 수 있다.

손을 대면

한 조각마저 가루로 미쳐버리는

저 조각은 눈물의 일부인지 몰라

오늘은 너무 추운 날

그 조각에 엉덩이를 대고

조개탄보다 더 시커먼 흑심을 녹인다.

울면서 가루가 되는

사랑 한 조각

 

 

 

2006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최문자 시집 중에서.....

 

 

2012. 11. 25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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