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스크랩] 상처/ 조르주 상드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2. 1. 05:25

 

상처/ 조르주 상드

 

 

덤불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감내한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 권명희 역『조르주 상드』(창해,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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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1804∼1876)는 사랑이 넘치는 자유인이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 몰입했지만 헤어질 땐 매몰찼다. 그러나 매순간 진심이었다. 시인, 피아니스트, 조각가 등 예술가에게 풍부한 영감을 안겨준 그녀는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설도 썼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물기 가득한 검은 눈동자를 지닌 상드는 귀족가문의 남자와 결혼해 남매를 두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상드가 좋아하는 문학이나 음악엔 조금도 관심 없이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파리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명 오로르 뒤팽을 버리고 조르주 상드란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이름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완전히 바꿨다. 남자복장을 즐기고 담배를 피우며 당시만 해도 드물게 남자들과 대등하게 문학을 이야기하고 혁명을 논했다. 상드는 연애할 때도 늘 자신이 관계를 주도해갔다. 상드는 29세에 23세의 시인 뮈세와 연애를 시작했다. 조숙하고 예민한 뮈세는 술과 도박에 찌들었지만 상드를 자신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안식처로 여겼다.

 

 뮈세의 끊임없는 구애로 상드도 마음을 열었지만 개성이 강한 두 사람은 늘 부딪쳤다. 늘 싸움에서 밀리던 뮈세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고 결국 그들은 헤어진다. 그 다음해 상드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을 만난다. 병약한 쇼팽의 애처로운 모습에 모성애를 느낀 상드는 먼저 그에게 손을 내민다. 쇼팽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10여년을 함께 보낸다. 인후결핵에 걸린 쇼팽은 병이 점점 깊어졌지만 상드의 보살핌 속에서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랑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쇼팽을 돌보는데 지친 상드의 마음은 쇼팽에게서 떠났고, 약하고 소심한 성격의 쇼팽은 이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쇼팽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상드를 찾았지만 상드는 열세 살 연하의 조각가 망소와 다시 사랑을 불태웠다. 지금은 뮈세와 쇼팽의 성공을 이끈 여인으로 상드의 이름이 더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그녀는 늘 사랑을 꿈꾸는 여성이었다. 가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덤불 속에 손을 넣듯,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늘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그녀가 말했다. 사랑하기 위해서 상처받는 것이므로, 사랑하라. 인생에서 좋은 것은 그것뿐.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메모 :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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