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quitita - Gheorghe Zamfir
겨우 존재하는 것들
--유화 (1963 _ )
여기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쑥국 먹고 체해 죽은 귀신 울음의 쑥국새,
농약을 이기며 물 위를 걸어가는 소금쟁이,
주인을 들에 방목하고 저 홀로 늙어가는 흑염소,
사향 님새로 들풀을 물들이며 날아오는 사향제비나비,
빈 돼지우리 옆에 피어난 달개비꽃,
삶의 얇은 물결 위에 아슬아슬 떠 있는 것들,
그들이 그렇게 겨우 존재할 때까지, 난 뭘 했을까
바람이 멎을 때 감기는 눈과 비 맞는 사철나무의 중얼거림,
수염난 옥수수의 너털웃음을 그들은 만졌을지 모른다
겨우 존재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달개비꽃 진저리치며 달빛을 털 때 열리는 티끌
우주의 문, 그 입구는 너무도 투명하여
난 겨우 바라만 볼 뿐이다
아, 져구 존재하는 슬픔,
보이지 않는 그 목숨들의 건반을
딩동딩동 두드릴 수만 있다면!
난 그들을 경배한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일기 (32)
존재와 비 존재의 경계에 있는, 바스러질듯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담은 시다. 우주는, 세계는, 중요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세상을 두루 이루는 건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찬찬히, 제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 역시 겨우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 고아, 홀몸노인,
노숙인 들의 안부....어떨지, 문득 그들 겨울의 애절(哀切)이 사무친다.
***유화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 ....
2012. 11. 26 향기로운 재스민
'배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지 도둑/김숙경 (0) | 2012.12.03 |
---|---|
[스크랩] 상처/ 조르주 상드 (0) | 2012.12.01 |
사랑 한 조각/최문자 (0) | 2012.11.25 |
[스크랩] 강/ 황인숙 (0) | 2012.11.20 |
지붕과 벽/오규원 (0) | 2012.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