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모두 살아 있어요/조향순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2. 16. 07:03

 

Late Night Serenade - Tol & Tol

 

 

 

 

모두 다 살아 있어요/조향순

 

 

바람이 보리밭을 지날 때, 그냥 지나가는 줄 아세요

보리들 속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쓰윽 간지럼을 태우면,

보리들은 참다못해 배를 마구 뒤틀어요

 

 

비는 뭐 눈치가 없는 줄 아세요

밤새도록 지붕을 두들기다가도

아침이면 잠깐 뚝! 출근하라고 해요

 

 

오이넝쿨은 또 눈이 얼마나 밝은데요

캄캄한 그믐밤에,

건방진 명자나무 멱살을 사정없이 감아요

곁에 잇는 채송화는  손끝 하나 안 건드려요

 

 

죽은 나무는 뭐 죽은 줄 아세요

죽은 척 숨 안 쉬고 감쪽같이 놀리다가

삼사 년 지난 후, 때 아닌 한여름에

참다못해 새잎이 푹 터지고 말았어요

 

 

조향순 시집 <풀리는 강가에서>  2012  화암출판

 

* 경어적 어조語調의 예

 

 

2012. 12.  16   향기로운 재스민

'마음의 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하는 마음/향기로운 재스민  (0) 2012.12.19
환 엄마 /향기로운 재스민  (0) 2012.12.17
O Holy Night ? Pat boone  (0) 2012.12.14
친구처럼...향기로운 재스민  (0) 2012.12.12
희망의 들판에서  (0) 201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