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 Night Serenade - Tol & Tol
모두 다 살아 있어요/조향순
바람이 보리밭을 지날 때, 그냥 지나가는 줄 아세요
보리들 속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쓰윽 간지럼을 태우면,
보리들은 참다못해 배를 마구 뒤틀어요
비는 뭐 눈치가 없는 줄 아세요
밤새도록 지붕을 두들기다가도
아침이면 잠깐 뚝! 출근하라고 해요
오이넝쿨은 또 눈이 얼마나 밝은데요
캄캄한 그믐밤에,
건방진 명자나무 멱살을 사정없이 감아요
곁에 잇는 채송화는 손끝 하나 안 건드려요
죽은 나무는 뭐 죽은 줄 아세요
죽은 척 숨 안 쉬고 감쪽같이 놀리다가
삼사 년 지난 후, 때 아닌 한여름에
참다못해 새잎이 푹 터지고 말았어요
조향순 시집 <풀리는 강가에서> 2012 화암출판
* 경어적 어조語調의 예
2012. 12. 16 향기로운 재스민
'마음의 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하는 마음/향기로운 재스민 (0) | 2012.12.19 |
---|---|
환 엄마 /향기로운 재스민 (0) | 2012.12.17 |
O Holy Night ? Pat boone (0) | 2012.12.14 |
친구처럼...향기로운 재스민 (0) | 2012.12.12 |
희망의 들판에서 (0) | 2012.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