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애기 눈사람 둘/향기로운 재스민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 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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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눈사람 둘

 

향기로운 재스민

 

 

별로 춥지 않을 것같은 토요일 오후

평소에 놀러 오는 시간 보다 좀 빨리 찾아온 꼬마 손님

가벼운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나

데려갈까  말까 마음속으로 망설이며

난 공원에 나갈려는데 너는 집에 있을래 말 떨어지기도 전에 

'나도 따라 나갈래요' 현관 앞으로 뛰어가 서성거리며 맨발로 서있다

이리와, 나갈려면 코트는 입고 나가야지.

 

 

아파트 앞 주차장 사이의 아직 덜 녹은 눈찌꺼기를 긁는 아저씨도

있는 걸 보니 아직은 좀 미끄러울것 같은데, 

좀 더 기다리라는 빨간 신호등 앞에서

꼬마 손님의 손을 꼭 붙잡고는

건너 오려는 사람들의 아직은 두꺼운 옷차림을 보게된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는데  주인 아가씨 따라 산책나온 강아지도 같이

친구처럼 쫄랑 쫄랑 뒤따른다

산책길로 조성된 윗길은 눈이 하나도 없는데

운동기구가 있는 넓은 운동장은 아직은 녹지않은 눈이 그대로이네

저쪽가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리로 꼬마 손님을 데려간다

미처 장갑을 챙기지 못한 꼬마는 웬일인지 내 장갑을 달라고 한다

손가락이 맞지도 않은 장갑을 이리 저리 맞추어 끼고는

이제 나무 밑에 조금은 굳은 언 눈을 긁어모으며

제 크기만한 사람 둘을 만들어본다  옆에선 나도 신나게 눈을

만드는 모습을 도울려고 발로 툭툭 눈을 긁어모으며.....

나 지금 집앞 파리 공원에서 사각 사각 눈 밟아보며 에펠탑 앞에 있는데요

여기와서 같이 걸어볼래요  글을 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주고싶다

 

 

허리 돌리기를 해보고 집으로 가야겠기에 그 쪽으로 갈려다

춥지만 무언가 음료수라도 사 주고싶어서

뭐 마실래 물어보며, 자판기 쪽으로 가면서도 꼬마 손님은

손에 꼭 쥐고 있는 작은 친구는 놓지않으려고 아쉬어하며

할 수없이 내려놓는다

천원을 입구에 넣기 전에 손을 씻은 젖은 손으로 물이 묻었는가보다

중간에 끼어서 팔백원 코코팜이 나오질않네

할수 없이 안내에 쓰여진 대로 응급 전화를 걸었더니 십분쯤 걸린다고...

기다리는 동안 옆 자판기에서 삼백원 율무차를 꺼내는 실습을 해본다

이건 되네.  나중에 꺼낸 코코팜은 집에가서 먹자며

빨리 돌아온 자판기 주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제 더 춥기 전에 집으로 가야지,

꼬마 손님의 내 젖은 장갑을 벗긴다.

집에 가서 '아버지와 자작나무' 책을 마저 봐야지하며.....

 

 

2013. 01. 20    향기로운 재스민

 

#246  은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