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원무현
깻잎이 왔다
벌레가 듬성듬성 먹다가 남긴 것
어머니 이걸 어째
얘야 무공해란다
해충제는 한 방울도 안 친 거니 안심하고 먹어라
요즘 부쩍 네 아버지가 보이는 것이
그것도 올해가 마지막인가 싶다
아 나는 제 어미를 뜯어먹고 살아
홀어머니 생신날 전화 한통 건성건성 날리고
깻잎 먹는다
뼈가 씹힌다
전어회가 세코시라 그런가
씹을 수록 떠오르는 의문 뒤에서 다가오는
다가오는 내년 이맘때 어머니
벌레 파먹은 듯 검버섯 얼굴
살은 없고 손금만 남은 손
깻잎단 같이 묶인 주검
바람 잘 날 없는 가지더러
자식이 아니라 원수다
독한 말을 한 번도 던진 적 없는
* 깻잎 ...집 뒤 텃밭에 엄마가 가꾸시던 깻잎밭이 생각나서
이 글이 다시 읽고 싶었나보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우리 집으로 산 천호동 집
그 집엔 앙징스런 빨간 앵두열매도
빨간 양귀비꽃도
배추벌레 붙은 구멍 뚫린 배추도
그옆에는 상추도
애기 똥을 먹은 호박도 담벼락 타고
기어오르듯 살았는데....
아 언니는 지금쯤은 엄마를 만났을려나
내일이 네 생일이지 하며
나도 모르는 내가 태어난 날을
일깨워 주던 언니, 엄마도 있는 곳으로
난 언제 가게될려나
많이 많이 보고싶다
웃는 얼굴을 보여주어야 할텐데....
2013. 03 18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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