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깻잎/원무현

향기로운 재스민 2013. 3. 18. 05:57

 

 

깻잎/원무현

 

 

깻잎이 왔다

벌레가 듬성듬성 먹다가 남긴 것

어머니 이걸 어째

얘야 무공해란다

해충제는 한 방울도 안 친 거니 안심하고 먹어라

요즘 부쩍 네 아버지가 보이는 것이

그것도 올해가 마지막인가 싶다

아 나는 제 어미를 뜯어먹고 살아

홀어머니 생신날 전화 한통 건성건성 날리고

깻잎 먹는다

 

뼈가 씹힌다

 

전어회가 세코시라 그런가

씹을 수록 떠오르는 의문 뒤에서 다가오는

다가오는 내년 이맘때 어머니

벌레 파먹은 듯 검버섯 얼굴

살은 없고 손금만 남은 손

깻잎단 같이 묶인 주검

바람 잘 날 없는 가지더러

자식이 아니라 원수다

독한 말을 한 번도 던진 적 없는

 

 

* 깻잎 ...집 뒤 텃밭에 엄마가 가꾸시던 깻잎밭이 생각나서

            이 글이 다시 읽고 싶었나보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우리 집으로 산 천호동 집

            그 집엔 앙징스런 빨간 앵두열매도

             빨간 양귀비꽃도

              배추벌레 붙은 구멍 뚫린 배추도

             그옆에는 상추도

             애기 똥을 먹은 호박도 담벼락 타고

             기어오르듯 살았는데....

             아 언니는 지금쯤은 엄마를 만났을려나

             내일이 네 생일이지 하며

             나도 모르는 내가 태어난 날을

             일깨워 주던 언니, 엄마도 있는 곳으로

             난 언제 가게될려나

             많이 많이 보고싶다

             웃는 얼굴을 보여주어야 할텐데....

 

           

 

2013. 03  18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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