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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위의 쌀(용산 전쟁기념관을 보고)/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4. 4. 18. 21:53

 

 

 

 

 

                                        목동 파리공원 에서...

 

 

(용산 전쟁기념관을 보고)

기차위의 쌀

 

 김방주

 

 

전쟁기념관을 관람했다

 

 

수원 구천동에서 살던 나는

뒤늦게 엄마와 둘이서 피난길을 나섰다

걷고 또 걸어, 가고 또 가다가

어떻게 기차 위에 겨우 걸쳐 올라타 쌀자루를 깔고 앉았다

얼마를 가다 기차에서 내려서 시골 동네를 찾아가는 길

발뒤꿈치가 아파서 징징거리며 걸어갔다

처음 만난 주인집에서는 뜨거운 기차 위에서 저절로 황토색으로 볶아진 쌀 대신

다른 쌀과 잡곡으로 밥을 해주었다

세상이 좀 잠잠하다 싶을 때 잠자리를 베풀어주신

주인집 아저씨는 나를 업고 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전쟁기념관을 보고 나서 제일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기차위에서 볶아진 쌀 한자루

지금도 머리 위에서는 우리집을 향해 총알을 퍼부을 것만 같다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 한 여자아이

커다란 솥뚜껑 아래로 머리를 들이밀며 숨을 할딱거린다

 

 

 

 

 

' '기차위의 쌀' 이란 제목은 이 다음에 시집 제목이 되어도 좋겠다고

   교수님이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전쟁기념관을 보고 난 후의 숙제로 정해주셔서 사실은 어떤 이야기를

    쓸가 고민을 많이 한 시제목이고 내용이었다.

   

   

 

#401

 

2014. 04. 18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