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파리공원 에서...
(용산 전쟁기념관을 보고)
기차위의 쌀
김방주
전쟁기념관을 관람했다
수원 구천동에서 살던 나는
뒤늦게 엄마와 둘이서 피난길을 나섰다
걷고 또 걸어, 가고 또 가다가
어떻게 기차 위에 겨우 걸쳐 올라타 쌀자루를 깔고 앉았다얼마를 가다 기차에서 내려서 시골 동네를 찾아가는 길
발뒤꿈치가 아파서 징징거리며 걸어갔다
처음 만난 주인집에서는 뜨거운 기차 위에서 저절로 황토색으로 볶아진 쌀 대신
다른 쌀과 잡곡으로 밥을 해주었다
세상이 좀 잠잠하다 싶을 때 잠자리를 베풀어주신
주인집 아저씨는 나를 업고 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전쟁기념관을 보고 나서 제일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은
기차위에서 볶아진 쌀 한자루
지금도 머리 위에서는 우리집을 향해 총알을 퍼부을 것만 같다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 한 여자아이
커다란 솥뚜껑 아래로 머리를 들이밀며 숨을 할딱거린다
' '기차위의 쌀' 이란 제목은 이 다음에 시집 제목이 되어도 좋겠다고
교수님이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전쟁기념관을 보고 난 후의 숙제로 정해주셔서 사실은 어떤 이야기를
쓸가 고민을 많이 한 시제목이고 내용이었다.
#401
2014. 04. 18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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