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 김명인
베어버린 감나무 아래 감꽃 흩어져 있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유월의 그림자 꽃 분분한 날개들이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어떤 하루살이도 살아낼 일 어지러워 겨우 태어난 가지 끝 땡감들은 저도 떨어질까 푸른 걱정으로 올망졸망한가 감꽃을 주우면 여러 해가 응어리진다, 유월은 죽음조차 흥성거리는 달 올해도 어김없이 꽃신을 신고 잠깐 놀러 나온 눈부신 행락들이 그대의 이마에도 발자국 찍고 간다 감꽃 떠올린다 한들 그대가 시절을 기억할까, 담장 밖까지 수줍은 웃음꽃 파다했으니 치매로도 끊을 수 없게 질기디질긴 감꽃 목걸이나 엮어줄걸 배어들면 연한 갈색인데 감물은 바탕이 해지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2014. 10. 24 향기로운 재스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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