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감꽃/김명인

향기로운 재스민 2014. 10. 24. 19:11

감꽃 / 김명인

 

 

베어버린 감나무 아래 감꽃 흩어져 있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유월의 그림자 꽃

분분한 날개들이 군데군데 얼룩져 있다

어떤 하루살이도 살아낼 일 어지러워

겨우 태어난 가지 끝 땡감들은

저도 떨어질까 푸른 걱정으로 올망졸망한가

감꽃을 주우면 여러 해가 응어리진다, 유월은

죽음조차 흥성거리는 달

올해도 어김없이 꽃신을 신고

잠깐 놀러 나온 눈부신 행락들이

그대의 이마에도 발자국 찍고 간다

감꽃 떠올린다 한들 그대가 시절을

기억할까, 담장 밖까지

수줍은 웃음꽃 파다했으니

치매로도 끊을 수 없게

질기디질긴 감꽃 목걸이나 엮어줄걸

배어들면 연한 갈색인데 감물은

바탕이 해지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2014. 10. 24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개/이상  (0) 2014.10.31
[스크랩] 장부歌/ 안중근  (0) 2014.10.26
나 없이 내일이 시작될때/데이비드 M. 로마노  (0) 2014.10.21
살/김명인  (0) 2014.10.20
[스크랩] 시인은 언제나/ 권순진  (0)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