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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김명인

향기로운 재스민 2014. 10. 20. 11:16

- 김명인(1946~ )


검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허리 꺾일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구름처럼 가벼워 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 졌다,

그 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삐꺼덕거리던 관절마다 새 털 돋아난 듯
두 팔로도 가뿐해 진 어머니를 모시고
산 중턱 구름식당에서 바람을 쐰다

멀리 요양병원 건물이 내려다 보였다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동리 목월상을 받음  김명인(시 부문)

 

너와집 한 채 -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짓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놓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2014.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