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늘

신발論 / 마경덕

향기로운 재스민 2015. 2. 22. 07:32

신발

 

  마경덕

 

 

 2002810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ㅡ시집신발(문학의전당,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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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시신발마경덕 시인은 2003<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작이다. 당시 여러 신춘문예 당선자 가운데 언론과 문단의 많은 주목을 받은 마경덕 시인의 이 작품은 독특한 시적 발상과 새로운 형식으로 짜여 있다. 우선 신선한 일기체 형식, 주체와 대상 사이의 관계 역전 그리고 동일 이미지 계열의 시어 구사로 시적 논리가 분명한 뛰어난 작품이다. 거기에다 신산(辛酸)한 세상살이의 힘겨움 속에서 얻어진 반성적 사유가 웅숭깊게 내장되어 있다. 그의 시를 두고 우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고 힘이 있다. 시를 가지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를 분명히 터득하고 있는 시들이다.”라는 심사평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 한 해 동안 우리 시단에 등단하는 신인이 얼마나 될까. 신춘문예와 여러 문학잡지로 등단하는 시인은 한 해에만 수십 명 아니 백여 명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 많은 시인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의 숫자가 우리 문단에 살아남을까. 그런데 마경덕 시인은 등단 작품에서 보여준 우리의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고 수준 높은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 바 있다. 그 성과물이 2005년에 발간된 그의 첫 시집신발(문학의전당,2005)이다. 나는 어느 자리에서 그의 시를 두고  “슬픔이 몸을 찢고 나온 라고 명명한 바 있다. 이제 그의 시는 거기서 세상의 꽃으로 전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위무해주는 진정 아름다운 언어의 집이 되기를 바란다.

 

ㅡ이종암(시인)

 

*시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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