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김선굉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고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詩人은 좆도 아니여!
- 시집『나는 오리 할아버지』(만인사, 2009)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는데....
詩人은 좆도 아니여!
2015. 03. 05
'사람의 마음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 궁전에 초대/김방주 (0) | 2015.04.02 |
---|---|
여성의 날 / 향기로운 재스민 (0) | 2015.03.08 |
하늘같은 사랑/환이 낭송 (0) | 2015.02.15 |
감자탕을 좋아한다네요/김방주 (0) | 2015.01.31 |
마음씨가 고운 사람한테만 보인다구요?/향기로운 재스민 (0) | 201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