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박시교
바람은 그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지만
지난 뒤 돌아보면 아련한 저 그리메
지워도 지워지지 않을 상처는 남았구나
그 무엇에 목멜 일 있었을까 싶다가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죄스러운 어젯일이
여직도 못내 사무쳐 가슴을 짓누른다
사람의 평생에 옹이는 몇개나 지며
고비마다 쏟아놓던 사설은 또 몇 편이던가
이쯤서 접어도 좋을 내 생의 한 필 두루마리
- 시집 『아나키스트에게 』(고요아침, 2011)
살면서 맺힌 옹이도 많고, 사설도 그 편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생이 이렇게 짧을수가 없는데도 상처투성이인 것은 분명 내가 잘못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길 위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시작노트)
2015. 03.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