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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김필영

향기로운 재스민 2015. 3. 24. 10:57

     눈꽃...

 

 

김필영

   

생명이 움트는 문이다

위란강(圍卵腔)에 이르러 수정될 때 비로소

한 생명이 수태되는 곳,

 

허공에도 틈이 있다

봄비가 내리는 것은 아기구름이 사립문틈사이로 마실 나오는 것이다

아장거리는 발자국소리에 미소 짓는 하늘이

틈을 내어주는 것,

 

새싹의 겨드랑이 틈까지 부드럽게 젖을 때

초목들의 겨울은

틈과 틈 사이에서 기지개를 켠다

 

공중의 틈을 헤집고 꽃망울 틈으로 봄이 왔음을 단 한번 알려서

어찌 꽃들이 피어날 수 있으랴

 

틈에도 빗장이 있다면

당신이 내게 오는 틈의 빗장은 빼내버리고 싶다

 

유리잔에 담긴 미나리 한 묶음 잘린 발목 틈에서

여린 싹들이 목을 내밀고 올려다본다

 

작고 여린 틈이 나를 먹여 살린다

꿈틀거리는 곳마다 생명의 문이 다소곳이 열린다

 

 

* 스토리 문학  토요일 낭송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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