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틈
김필영
생명이 움트는 문이다
위란강(圍卵腔)에 이르러 수정될 때 비로소
한 생명이 수태되는 곳,
허공에도 틈이 있다
봄비가 내리는 것은 아기구름이 사립문틈사이로 마실 나오는 것이다
아장거리는 발자국소리에 미소 짓는 하늘이
틈을 내어주는 것,
새싹의 겨드랑이 틈까지 부드럽게 젖을 때
초목들의 겨울은
틈과 틈 사이에서 기지개를 켠다
공중의 틈을 헤집고 꽃망울 틈으로 봄이 왔음을 단 한번 알려서
어찌 꽃들이 피어날 수 있으랴
틈에도 빗장이 있다면
당신이 내게 오는 틈의 빗장은 빼내버리고 싶다
유리잔에 담긴 미나리 한 묶음 잘린 발목 틈에서
여린 싹들이 목을 내밀고 올려다본다
작고 여린 틈이 나를 먹여 살린다
꿈틀거리는 곳마다 생명의 문이 다소곳이 열린다.
* 스토리 문학 토요일 낭송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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