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근황/공광규

향기로운 재스민 2015. 5. 12. 07:33

근황

공광규

 

 

요즘 괄약근이 헐거워졌는지 방귀가 픽픽 자주 샌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도

사무실이나 젊은 여자들과 둘러앉아 공부하는 동안에도

방귀가 새어 난감하다

 

어제는 화장실 변기 물을 안 내려

벌써 치매냐고 공격하는 아내와 말싸움을 하고

 

오늘은 돋보기를 한참이나 이 방 저 방으로 찾아다니다가

포기하고서야 머리에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아무런 감정 없는 늙은 동창처럼 보인다

애욕 없는 키스의 고역을 알겠다

 

다시 듣건대 세상에 시간을 파는 가게가 없다니

이제 나는 끝나가는 중이다

 

 

 

 —『시와 표현』(2015년 4월호)

 

*재미있게 쓴 솔직한 모습 같아

선한 시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은 간다/이동순  (0) 2015.05.26
귤꽃 앞에서/임보  (0) 2015.05.25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문태준  (0) 2015.05.03
오, 어쩌면 좋아/박소유  (0) 2015.04.27
[스크랩] 오늘 / 구상  (0)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