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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자의 초상/소강석 2015 귀천 문학 대상

향기로운 재스민 2015. 9. 30. 22:53

 

 

 

어느 모자의 초상

소강석

 

깊은 저녁, 찜질방 한 구석

두 어린 자녀와 함께 잠을 청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

예닐곱살 된 어린 아이가

얇고 하얀 소라껍질 같은 조그만 손으로

한쪽으로 기운 엄마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모자의 쓸쓸한 모습이

고독한 고흐의 점묘화처럼 다가온다

이 밤에 남편은 어디 가고 어린 아이들만 데리고

이곳에서 잠들려 하는 것일까

인생은 얼마나 힘이 들고

혼자 지기엔 짐이 고달픈가

어린 송아지를 뒤에 두고

수레를 끄는 어미 소처럼

당신은 목에 메인 멍에를 풀려고 하는가 보다

당신이 나의 성도라면

다가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고 기도해주련만

찜질방에서의 나는 목사이기 전에 한 남자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한쪽 구석에서 그냥 울고 온다

 

아, 나는 오늘 푸른 지구별에서 떨어져 나온

작고 외로운 두 떠돌이별을 만났다

두 모자의 초상은 내게 끝없는 환영을 이루고

나는 또다시 떠돌이별이 된다

 

 

 

 

 

-소강석 시인.목사님의 시집《어느 모자의 초상》속 시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김계선 시인

김종웅 시인

 

**2015. 10월 10일 오후 6시 경남 산청군 한국선비문화원에서

진행되는 제 13회 천상병문학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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