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김 종 웅
오지 아닌 곳 어디 있으랴
문을 걸어 잠그면 옆집도 오지다
화병에 꽂힌
꽃의 이름이 솔깃해서
귀를 열어 그 꽃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꽃의 발아래 흐르는 물소리는 들을 것이다
계절보다 먼저 일어나
어둠의 소리를 쫓고 숙연히 합장하는 숲의 기도
너의 모태는 오지다
길이 외로워서 오지다
떨어져 먼 이름으로
머무르고 싶은 외롭지 않는 것은
내가 있고 네가 또 그곳에 있어
서로를 열어볼 수 있음이다
눈 먼 곳 다가서지 못하고 그렇게
마음이 멀면 오지다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2015년 제 13회 천상병문학제 엔솔로지
2015. 10. 19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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