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천향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방향 창가에 앉아 내 유년에 개가한 엄마의 철길위로 ‘엄마’하고 나직이 불러본다 입김어린 차창에 언니이름 먼저 쓰고 차창이 흐려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미야’ 작은 글씨로 내 이름을 적었을 그리고는 이내 뿌옇게 지워졌을, 왜 과거는 멀미가 날까 역방향 좌석처럼 엄마가 떠나던 그날 기차는 지축을 흔들며 미포 청사포 구덕포 돌아 북으로 가고 서러움에 울던 레일의 평행선은 다음 기차가 지나간 후에라야 아닌 듯 지워졌을 것인데 - 늘 안개 속을 달려야만 했던 기차 등 돌리고 앉은 나처럼 등 뒤의 풍경이 그리워 애틋하였을 애틋하여 서러웠을 시간을 만나러 간다 풀어내는 기적소리에 온기를 느끼며 쉬고 싶은 간이역 다음 역은 ‘월내역’이다 애써 ‘원래’라고 발음하며 처음 그랬던 것처럼 내 잃어버렸던 여정의 출발점을 만나면 그때 기적보다 크게 울 수 있을까 동해남부선 열차는 파도가 바퀴다 울음 같은 파도 잠잠해지면 나 거꾸로 앉았던 자리 돌아앉을 것이다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행& /고두현 (0) | 2015.11.02 |
---|---|
홍탁/문인수 (0) | 2015.10.30 |
데칼코마니 _아버지/김원식 (0) | 2015.10.21 |
오지/김종웅 (0) | 2015.10.19 |
어느 모자의 초상/소강석 2015 귀천 문학 대상 (0) | 2015.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