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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김종웅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0. 19. 07:03

 

 

오지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김 종 웅

 

오지 아닌 곳 어디 있으랴

문을 걸어 잠그면 옆집도 오지다

 

화병에 꽂힌

꽃의 이름이 솔깃해서

귀를 열어 그 꽃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꽃의 발아래 흐르는  물소리는 들을 것이다

계절보다 먼저 일어나

어둠의 소리를 쫓고 숙연히 합장하는 숲의 기도

너의 모태는 오지다

길이 외로워서 오지다

떨어져 먼 이름으로

머무르고 싶은 외롭지 않는 것은

내가 있고 네가 또 그곳에 있어

서로를 열어볼 수 있음이다

 

눈 먼 곳 다가서지 못하고 그렇게

마음이 멀면 오지다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2015년 제 13회 천상병문학제 엔솔로지

 

2015. 10. 1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