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동해남부선/천향미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0. 25. 06:37
 

어머니 / 백영규
 
 

 

   동해남부선

 

                        천향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방향 창가에 앉아

내 유년에 개가한 엄마의 철길위로

엄마’하고 나직이 불러본다

   입김어린 차창에 언니이름 먼저 쓰고

차창이 흐려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미야작은 글씨로 내 이름을 적었을

그리고는 이내 뿌옇게 지워졌을,

왜 과거는 멀미가 날까 역방향 좌석처럼

엄마가 떠나던 그날 기차는 지축을 흔들며

미포 청사포 구덕포 돌아 북으로 가고

서러움에 울던 레일의 평행선은

다음 기차가 지나간 후에라야

아닌 듯 지워졌을 것인데 -

늘 안개 속을 달려야만 했던 기차

등 돌리고 앉은 나처럼

등 뒤의 풍경이 그리워 애틋하였을

애틋하여 서러웠을 시간을 만나러 간다

풀어내는 기적소리에 온기를 느끼며 쉬고 싶은 간이역

다음 역은 월내역이다

애써 원래라고 발음하며

처음 그랬던 것처럼

내 잃어버렸던 여정의 출발점을 만나면

그때 기적보다 크게 울 수 있을까

동해남부선 열차는 파도가 바퀴다

울음 같은 파도 잠잠해지면

나 거꾸로 앉았던 자리 돌아앉을 것이다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행& /고두현  (0) 2015.11.02
홍탁/문인수  (0) 2015.10.30
데칼코마니 _아버지/김원식  (0) 2015.10.21
오지/김종웅  (0) 2015.10.19
어느 모자의 초상/소강석 2015 귀천 문학 대상  (0) 201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