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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_아버지/김원식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0. 21. 07:37

 

 

 

데칼코마니 _ 아버지

김원식

 

 

아버지는 칭찬도 화를 내며 하셨다

전교 우등상을 받던 날

궐련을 물며 아버지는 혀를 차셨다

"노름판에 논밭뙈기 싹 날려 불고

저것을 어찌 갤켜, 먼 조화여 시방."

눈보라에 빈 장독 홀로 울던 새벽,

몰래 생솔가지로 군불을 떼주시며

한숨이 구만구천 두이던 아버지는

자식 사랑도 당신 타박으로 하셨다

사립문 옆 헛청에 나뭇짐을 부리며

시침 떼듯 진달래를 건네주던 당신께

나의 숨김은 하나만은 아닌 듯하다

구들장 틈으로 새는 연기를 참으며

자는 척, 당신의 눈물을 본 것이요

꼭 탁한 아비가 된 나를 본 것이다

아직 서슬 퍼런 지청구는 여전한데

여태 당신 속정까지는 닮지 못했다

 

<그리운 지청구> 김원식 시집에서....

 

2015. 10. 21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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