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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消除夫 /오탁번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1. 22. 07:51

 

 

굴뚝 消除夫

오탁번 


수은주의 키가 만년필 촉만큼 작아진 오전 여덟시

씽그의 드라마를 읽으려고 가다가 그를 만났다.

나는 目禮를 했다.

그는 녹슨 북을 두드리며 지나갔다.


나는 걸어가는 게 아니라 자꾸 내 앞을 가로막는

서울의 祭基洞의 겨울 안개를 헤집으며 나아갔다.

개천의 시멘트 다리를 건너며

북을 치는 그를 생각해 보았다.

그냥 무심히

내 말을 잘 안들어 화가 나는 그녀를 생각하듯

그냥 무심히


은이후니.


비극을 알리는 海風의 문을 흔들고

버트레이가 죽고 그의 老母가 울고

막이 내린다. 씽그는 만년필을 놓는다.

강의실 창 밖에 겨울 안개가 내리고

아침에 만난 그를 잠깐 생각하다가

코오피 집에 가는 오후약속을 상기했다.


말을 타고 바다로 내달리는

슬픈 사람들,

우리는 에리제에서 코오피를 마셨다.

코오피잔을 저으며 슬프고 가난한 시간속으로 내달려 갔다.

아침의 그를 문득 생각해 보았다.


은이후니.


집으로 돌아오다가 석탄처럼 검은 빛

그를 다시 만났다.

길고 깊은 암흑을 파내어

아침부터 밤까지 골목을 내달리는

그에게 나는 目禮를 했다.


내 전신에 쌓인 암흑의 기류를 파낼

그녀를 생각하며

나는 대문을 두드렸다.

은이후니

겨울저녁의 안개를 모호한 우리의 어둠을 두드렸다.

 

 

*방문한 분 ...에서

 

2015. 11. 22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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