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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첫눈 생각/김재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1. 28. 14:38

 

 

 

김재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김재진·시인, 1955-)

 


첫눈 생각 

김재진 

 

 

입김만으로도 따뜻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다리는 눈은 안 오고 손가락만 시린 밤 
네 가슴속으로 내려가 
너를 깨울 수만 있다면 나는 
더 깊은 곳 어디라도 내려갈 수 있다. 
종소리에 놀란 네가 잠에서 깨고 
잠옷바람으로 언뜻 창 밖을 내다볼 때 
첫눈 되어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색하며 기뻐하는 너를 위해 
이 세상 어디라도 쌓일 수만 있다면 좋겠다. 
햇빛에 녹지 않는 응달이 되어 
오래도록 네 눈길 끌었으면 좋겠다. 
(김재진·시인, 1955-)

 

201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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