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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 모음

향기로운 재스민 2016. 4. 1. 16:04
가을 유서가치감자와 그밖의 것들에게
강으로 죽으러 오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개는 짖는다거두어들일 이
거리에서거미겨울날의 동화
겨울의 구름들결실과 장미고래의 별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골목길이 끝나는 곳구월의 이틀
구름은 비를 데리고구약성서에 적힌 말국냄비에 대한 명상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그건 바람이 아니야그것들이 가르치리라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그는그만의 것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그들이 말을 건네면그런 길은 없다
그럴 수 없다그토록 많은 비가기러기
길 가는 자의 노래길 위에서의 생각까마귀에게 바침
꽃등 
나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나는 세상을 바라본다나는 내가 아니다
나무는 자살을 꿈꾸지 않는다나무나무는
나무가 당신들의 적이란 말인가나무의 시나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나무들나무 한 그루
나무꾼이여, 그 나무를 자르지 말라나비난 부탁했다
날마다 두 발로남아 있는 날들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내가 배가 고플 때내가 원하는 것
내가 누군지 말하라내가 늙었을 때내 무덤 앞에서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내 안의 기억내 인생의 신조
너무나 큰 바퀴너무 늦기 전에너의 묘비명
너무 많은 것들네 가지 위대한 것누구든 떠나갈 때는
누구의 것도 아닌 땅눈물눈 위에 쓴 시
늑대들의 태양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다른 길은 없다다른 북소리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당신이 살지 않은 삶당신에게 달린 일
당신 안에서달팽이도둑
도둑에게서 배울 점동물두 사람
두 사람만의 아침두루미둥근 지구
들어 주세요들풀 
램프를 고치러 성좌읍 화동에 가다  
만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마음의 평화만일
많은 눈을 나는 보았다먼저 가르쳐야 할 것모든 것
모든 것은 지나간다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모든 것을 사랑하라
목련무궁동무언가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무엇이 성공인가물안개
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뮤직박스민들레 목걸이
민들레  
바람만이 알고 있지바다와 조개발에는 흙을
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벌레의 별벼룩
별에 못을 박다별 하나 잎 하나
봄비 속을 걷다부시맨의 철학붉은 잎
비로 만든 집비 그치고비밀
빈 둥지빈 배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사랑과 슬픔의 만다라사랑은
사물들은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사과나무사라져 버린 언어
사라지는 것은 없다산마저 나를 버린다산안개
산 입구의 팻말에 적혀 있는 시새와 나무새들은 우리집에 와서 죽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새벽으로 만든 집생활의 규칙
서시성장한 아들에게
세상의 부부에 대한 시세상을 정복하더라도세상을 떠나는 자의 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연설세월소금
소금인형소금별속눈썹
손의 문제수선화수업
술통숲속 생활자의 충고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시를 평론한다는 사람들에게시월의 시시월 새벽
신이 세상을 세탁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시집 서문에 쓴 시신비의 꽃을 나는 꺽었다
십일월, 다섯 줄의 시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러나아무것도 아닌 것들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주 작은 행성에서안개 속에 숨다알 필요가 있는 것
어느날 기린보다 높은 심장을 가진 이가 와서어느 9세기 왕의 충고어떤 눈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어떤 것을 알려면어디로 간 걸까
어느 인디언 추장의 충고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언덕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엉겅퀴풀에게 노래함엉겅퀴
여행자를 위한 서시여우 사이여섯 줄의 시
여행옛날의 정원오늘은 죽기 좋은 날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온 곳으로 가는 도중에용서받는 까닭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우리가 죽는 날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우화시유서, 나는 평민이었습니다
음악학교이 원소는이월
이 밥을 먹기 전에 이 세상에 영원한 건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인디언 기도문인디언 기도문인생
인생을 다시 산다면인생의 황금률인생의 계획
자연주의자의 충고자연자살
자작나무작은 대나무다리 위에서잔 없이 건네지는 술
잠 못 이루는 사람들잠시 후면잠시
잠언시저녁의 꽃들에게저편 언덕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젊은 시인의 초상젊은 수도자에게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제비꽃 
조용하게 앉으라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죽은 벌레를 보며 벌레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나는 말한다죽은 자들은 아무 데로도 죽기 전에 꼭 해볼 일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지식을 넘어서지렁이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진리에 대하여질경이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고 불리웠던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짧은 노래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짧은 노래 
첫사랑첫 민들레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최고의 인간최초의 기억침묵 속에서
태양에게 바치는 이력서톱질하는 사람들 
패랭이꽃폐결핵풀쐐기의 설교
피에 물든 소매피로 써라
하느님이 지으신 마지막 세상하얀 것들한 번에 한 사람
한 마리 새앙쥐의 기적한 뙈기의 밭이라도한밤중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할 수 있는 한함께 있되 거리들 두라
해바라기해바라기의 묘비명해답
행복해진다는 것히말라야의 새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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