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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떠나고 말면, 애모, 부자상 .. /정완영

향기로운 재스민 2016. 8. 30. 19:24


여름도 떠나고 말면/ 정완영

 

번개 천둥 비바람도 한 철 잔치마당인데

잔치 끝난 뒷마당이 더욱 적막하다는데

여름도 떠나고 말면 쓸쓸해서 나 어쩔꼬

 

무더운 여름 한 철 나를 그리 보챘지만

그 여름 낙마(落馬)하고 텅 비워둔 하늘 아래

푸른 산 외로이 서면 허전해서 나 어쩔꼬

 

- 시조집 시암의 봄(황금알, 2011)








♣ 애모-정완영詩-황덕식曲 ♣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마음 나뭇가지에 깃사린 새 한마리
고독이 연륜마냥 감겨오는 둘레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
일찌기 너와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
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지는 영마루에
불러도 대답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

분이네 살구나무
정완영

동네에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父子像 부자상

정완영


사흘 와 계시다가 말 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 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餘日여일 위에

꽃으로 비춰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듯한 어릴 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닯습니다


현대시 ...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76]

 

                                   조국(祖國)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을 안고 줄 고르면

떨리닌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이 우는 서러운 내 가얏

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꺼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옷

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1962>




*8/27일  97세로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