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떠나고 말면/ 정완영
번개 천둥 비바람도 한 철 잔치마당인데
잔치 끝난 뒷마당이 더욱 적막하다는데
여름도 떠나고 말면 쓸쓸해서 나 어쩔꼬
무더운 여름 한 철 나를 그리 보챘지만
그 여름 낙마(落馬)하고 텅 비워둔 하늘 아래
푸른 산 외로이 서면 허전해서 나 어쩔꼬
- 시조집 『시암의 봄』 (황금알, 2011)
♣ 애모-정완영詩-황덕식曲 ♣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마음 나뭇가지에 깃사린 새 한마리 고독이 연륜마냥 감겨오는 둘레가에 국화 향기 말라 시절은 저물고 오늘은 어느 우물가 고달픔을 긷는가 일찌기 너와 더불어 푸르렀던 나의 산하 애석한 날과 달이 낙엽지는 영마루에 불러도 대답없어라 흘러만 간 강물이여
분이네 살구나무
정완영
동네에서 제일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제일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父子像 부자상
정완영
사흘 와 계시다가 말 없이 돌아가시는
아버님 모시 두루막 빛 바랜 흰 자락이
웬일로 제 가슴 속에 눈물로만 스밉니까.
어스름 짙어오는 아버님 餘日여일 위에
꽃으로 비춰드릴 제 마음 없사오매
생각은 무지개 되어 고향길을 덮습니다
손 내밀면 잡혀질듯한 어릴 제 시절이온데
할아버님 닮아가는 아버님의 모습 뒤에
저 또한 그날 그 때의 아버님을 닯습니다
현대시 ...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76]
조국(祖國)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을 안고 줄 고르면
떨리닌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이 우는 서러운 내 가얏
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꺼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옷
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1962>
*8/27일 97세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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