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이영춘> 오줌발, 별꽃무늬

향기로운 재스민 2017. 10. 24. 09:42



오줌발, 별꽃무늬

이영춘



한때는 아주 잘 나가던 중앙 모 일간지 기자님,

나는 님이라 부른다. 나이로는 선배니까 …, 그 기자,

여러 명이 어찌어찌 회합하다가 노래방을 갔다. 가자마자

화장실에 들락날락, 출입이 잦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눈에 띈 별꽃무늬,

지퍼 앞문에 흥건히 새겨진 오줌발 꽃무늬, 그 무늬 고운 꽃잎,

정작 본인은 그 꽃잎 그려진 줄도 모르고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를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른다. 목청 속에 묻어나는

그 쓸쓸한 마이너,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날은 저물고,

지퍼 앞섶에 그려진 오줌발 꽃무늬,

봄날은 가고, 별꽃무늬, 젊은 날의 잎 지는 소리, 그 소리 서럽게 핀다.

얼룩지는 꽃무늬. 저 오줌발 무너지는 소리




ㅡ『노을빛 함께 단둘이서』(문학공원, 2017), 제15회 천상병문학제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수상작.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영조 시모음  (0) 2017.11.04
[스크랩] 시학 강의/ 임영조  (0) 2017.11.03
마경덕의 시밭  (0) 2017.09.28
서정시/감성시/아름다운 시.....  (0) 2017.09.27
〔신연두〕연둣빛 인생을 시작하다  (0) 2017.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