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국
김수상
무우를 왜, 무의 잘못이라 했는지
그 내력을 나는 모른다
아침엔 뭇국에
혼자 찬밥을 말아먹었다
무우, 하고 불러보니
무 밑동 같이 쑥 빠져나오는 말이어서
조금은 서럽기도 하였다
나도 누가 내 머리채를 잡고
쑤욱 뽑아 올려주면 좋겠다
슬픔의 밭에 너무 오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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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실오라기 하나가 거슬려
힘껏, 잡아당겼더니
옷 하나가 통째 풀려
사라지고 말았다
더 잘해보려고 하다가
오해만 무성해지는
그런 날들 많았다
올무에 걸린 짐승처럼
발버둥 칠수록 더 조여 오는
오해 오해들
동그라미 잘 그리려다
지우개로 공책을 찢은 아이처럼
울고 싶은 그런 날 있었다
무감한 것은 사랑도 아니어라
내 뜻과 상관없이
엉망진창 흘러간 것들이 쌓아 올린
오해의 금자탑들,
아직까지 빛난다
거참,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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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시를 보고
빵집 매출이 저조하다고
사장이 범어 뒷동산으로 불러냈다
동산 한 바퀴를 다 걷는 동안
사장은 돈 얘기만 했다
나는 시든 낙엽처럼 예예 하기만 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도 했고
시 따위는 잊으라고 했다
시 따위라니 나도 빵 따위라고 하려다 참았다
아직은,
빵이 시보다 한참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득하였다
종일을 시 생각만 하며 산 날이 억울하였다
시가 빵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한 날,
엎드려 오래도록 고개 들지 못한 저녁이 있었다
김수상 시집 <다친 새는 어디로 갔나> 에서....
* 한 사람을 다 알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나는 시를 쓴다
또 실패할 줄 알면서
_ 김수상_
2019. 12. 20 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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