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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사각바퀴를 읽던 날'/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9. 11. 27. 13:30


Remember When - Giovanni Marradi


'사각바퀴' 를 읽던 날/김원식

김방주


헛똑똑이/김원식


생전에 엄마는

나를 헛똑똑이라 불렀다

지긋한 나이에

개미 곳간만한 재물도 없고

새들 처럼 곤히 잠들

숲 한 평 갖지를 못했다

일보일배 세상을 밀고 사는

자벌레보다 앞서지도 못했다

산다는 것은

좋을 때보다 힘들 때의 값이니

엄마의 근심도

하현달처럼 무장 기울었으리라

남 일 같던 시살이로

부러울 것 없던 인생이

저리 움푹움푹 패였다고

헛것이라고 연신 혀만 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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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수레바퀴/김원식



평생 가난을 일궜던 엄마의 누옥에 손님처럼 들었다. 벌서듯

산 엄마의 울음 터였던 신덕 집 앞 350살 느티나무, 결별 후 낯

빛이 유난히 수척하다.  아버지가 보낸 앞산 그림자도 잠시 뒤

꼍에 들려, 지난했던 생전 안부를 살피고 다 저녁 때 돌아갔다.

달빛도 그렁한 새벽 두 시, 빈집의 적막을 토닥이던 친구

문우가 놓고 간 여둠을 끈다.  십자가를 긋던 형광등이 이별도

채 못한 엄마를 재 점등한다.  눈물나이의 후회를 훔치며 금단현상

같은 그리움을 재우려 뒤척인다.  내일은 경천 조수지 물이 불 것다.


불효막심한 후회는 항상 결별 뒤에 있다.  때로 그리움은 형벌이다.

사랑쯤 천년 후의 일, 그 시공을 참회의 일보일배로 채워야겠다

둥근 바퀴가 될 때까지 불효의 사각바퀴를 끌겠다.  빈 집의

밤은 하루보다 길고 슬픔은 장마보다 더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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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거리/김원식


그리움은 저문 봄 같다

이별의 상흔도

어쩌면 꽃자리 같아서

명자 꽃이 젔다고

봄이 영영 지는 것은 아니다

그대 눈물샘 고슬해지고

슬픔 또한 환하게 웃는 날

그립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내 마음은 그때 진 줄 알아라

내 그리움은 돌연 꽃 되어

결코 꽃자리조차 남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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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어버이날/김원식


'저 카네이션이 지혈이 안 되는 불효의 피 같다


이 문장을 따라

꽃보다 먼저

엄마는 떠나셨다


얼마나 미웠으면

나 없는 날을

택해서 가셨을까




*스토리문인협회에서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나는 날이다


힌겨레 문학 발행인,

천상병 문학제 대회장 윤동주학술제 운영위원장

김소월문학대상 취진위원장(사)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장

MBC 심야스페셜, 요리보고 세계보고 제작, 핑클 VR 

MV 제작,  제 54회 베를린 영화제 김독상 사마리아 기획(주)

S.J 필름 & 에엔터테인먼트 대표,




<쓸쓸한 그 견고한 외로움 시낭송 음반 1, 2> 2006


<그리운 지청구>  2015

<사각바퀴> 2019  1, 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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