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감자 ......안도현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 까지
내주고, 김치가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처럼 덮어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 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각오 한지 오래다
- 시집'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에서
*** 삶은 감자는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지 오래다 ***
내가 삶은 감자가 되었다면?
되기전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을 조금은
덜 익었을 때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무얼가
다시 꼼꼼하게 내게 맞는 일을 하려고
더 세상속으로 파고 들었을 것 같다
감자가 덜 익었을 때, 그 때
2011. 11. 26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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