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안도현 엮음 & 나와의 약속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27. 06:41

 

   

 

                  난 지금 오후 4시를 기다린다

 

 

오늘은 일주일은 미국 출장을 갔고 한국 와서는 이른 새벽에

연수를 간다면서 중간에 전화만 한번 받은 작은 애( 별명이 '땡')  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땡'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난 아직도 아기 때 백일 안에

낮과 밤이 바뀐듯 놀자고 했던 그 때가 그리워 이렇게 부르고 싶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또 산책겸 행복한 세상 백화점 앞

교보엘 가서 책을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선다.  지하 들어가는

문 위에 커다란 글씨로 된 광고로 '소올푸드' 라는 내가 샀던

책 광고를 보면서 들어간다  오늘은 어떤 책이 날 기다리고

있을가  기대하며......

 

우선 신간은 무엇이 나왔나 싶어 책 표지를 살펴본다.

그런데 새벽에 안도현의 '감자' 를 읽고 올렸는데 그 분이

엮은 시집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초판이 1999 년 ,  개정판이라고

설명이 쓰여있다  오늘은 이 책을 잠간 설명을 보고는

선택해서 그가 좋아하는 시들은 무엇인가 보기로 하고는

다른 책들을  또 한번 둘러 본 다음 집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른다.  아무리 집에서 만나는 시간이지만 난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이 내 마음과의 약속이라고 생각되어 더 책 구경을

하려다 나오면서 간식거리인 빵과 금방 만든 따근한 긴 오뎅을

사가지고는 집에 갈때까지 식지말아야 할텐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횡단 보도 앞에서 신호등 색깔이 초록색으로 빨리 변하기를 바라면서

건넌다.  집에 오니 아직 그 애네 식구는 오지 않았다

 

이제 아니 오늘 그 다음 날이 되었구나

제일 먼저 읽고 싶은 글을...

 

시를 읽어도 세월은 가고, 시를 읽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그러나 시를 읽으며 세월을 보낸 사람에 비해 시를 읽지 않고

세월을 보낸 사람은 불행하다.  시 읽기가 새롭고 다양한 세계에

대한 하나의 경험이라면, 시를 읽지 않은 사람의

경험은 얕아서 찰방거리고 추억은 남루할 테니까 말이다.

추억이란 세월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벼랑끝.....조정권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끝만 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문학동네)

 

 

 

즐거운 편지....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姿勢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三南에 내리는 눈>  (민음사)

 

 

*** 박신양과 최진실이 주연한 영화 <편지>가 아니었다면,

     이 시를 내 마음 더 깊은 곳에 숨겨 둘 수 있었을 텐데!  ***

     라고....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 

 

 

2011.  11.  27     향기로운 쟈스민  '오늘의 추천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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