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다시 첫눈을 기다리며......정호승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2. 1. 11:52

 

 

 

다시 첫눈을 기다리며........정호승(새벽 편지)

 

 

다시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 오는 날, 찻집의 창가에 마주 앉아 평평 내리는 첫눈을

바라보며 함께 차를 드는 이들은 행복하다.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첫눈은 공평하다. 불공정하지 않고 편애하지 않는다.

똑같이 축복을 내린다.   첫눈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의 공평한 손길이다.

첫눈은 죽은 자의 무덤 위에도 산 자의 아파트 위에도 내린다.

고속도로위에도 굽은 산길에도 내린다. 선암사  해우소 위에도,

송광사 산수유나무의 붉은 열매 위에도, 명동 성당의 뾰족한 종탑

위에도 내린다. 대기업 총수의 어깨위에도, 가난한 아버지의

등허리 위에도 내린다.

 

  첫눈은 어느 한 곳 어느 한 사람에게만 치우치지 않고 분배의

법칙을 지킨다. 아무리 불평등하기를 원해도 반드시 평등의

질서를 지킨다. 인간의 삶이 종국에 가서는 결국 공평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첫눈은 바로 인간을 거듭나게 하는 용서의 손길이다.

 

침엽수는 겨울이 되어도 잎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폭설이

내리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만다.

그러나 활엽수는 그렇지 않다. 겨울을 맞이하면서 나뭇가지마다

잎을 다 떨어뜨려 쌓인 눈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다.

 

   이제 내 인생의 계절에도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이 깊어가기 전에

한 그루 활엽수처럼 내 과욕의 나뭇잎을 다  떨어뜨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어떠한 폭설도 묵묵히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침엽수처럼 그대로 잎을 달고 있으면 눈의 

무게에 내 인생의 나뭇가지가 부러져 큰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요즘은 눈이 와도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와! 눈이다" 하고 탄성을 지르던 예전과  달리 교통대란부터 먼저

생각한다. 눈사람도 만들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 가슴속에 더 많이 내렸으면

 

   첫눈이 오지 않는 겨울은 불행하다. 그러나 첫눈이 오지 않는

겨울은 없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올해는 첫눈이 좀 푸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첫눈이 함박눈으로

내려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의 지붕을 새햐얗게 덮어 모두 하나

되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갈 곳 없는 노숙인의 추운 발길 위에,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의 구부정한 가슴속에 더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라는 산문집과 함께

      12월 첫날에 실린

     정호승의 새벽편지를 읽어보며

     첫눈이 푸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

 

 

 

<  어느 눈이 많이 쌓인날  나는

 다 만들어 놓은 눈사람 머리 위에

 모자를 만들어 씌어준 일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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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01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