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매혹의 지도/ 홍 일 표 ( 처음 보는 글)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2. 14. 06:28

 

 

 

 

매혹의 지도... .  홍일표

 

 

온종일 들리지 않는 그 여자의 노래 속에서 뒹굴다가

머뭇거리는 안개의 살을 만져보는데

손발이 없다

얼굴은 뭉개져 소리가 오가던 길도 지워져 있다.

 

술잔 밖은 언제나 에로틱하거나 우아한 죽음을 지향한다

아주 단순하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다가

자주 생각의 허리를 부러뜨려 잃어버린 바늘을 찾기도 한다

예민해진 가을숲에서 부러진 빗줄기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만리 밖에서 울며 걸어오던 비가

어제 죽은 허공의 등줄기를 적신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저곳

빈 동굴은 웅웅거리며

거울 바람의 붉은 마음을 여러 번 곱씹고 있다

 

접히고 구부러지고 다시 펴지는 사이

마음의 뼈에 유리잔의 실금처럼

풀여치가 다녀간 흔적이 남았다.

나는 그것을 안개의 미세한 떨림과

그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남긴 한 획의 연민이라고 쓴다

 

 

저녁이 식은 해를 안고 불의 심장 속으로 들어간다.

 

 

 

<'수메르의 향연' 에서  좋은 글> 에 실린 글

 

 

그의 말 중....

 

며칠후 인적 없는 강기슭을 떠나며 작별 인사를 하자

강은 말없이 다가와

맑고 긴 강물빛 몇개를 내 가슴에 넣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강이 되었다

 

이 세상의 긴강  수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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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4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