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그 나무....박경옥

향기로운 재스민 2012. 2. 27. 07:18

 

 

그 나무.....박경옥

 

 

어느 가을

보랏빛 국화꽃 한 다발로 찾아와

은밀하게 내 안에 뿌리를 내린

당신

 

너무 뜨겁지도 너무 시리지도 않게

늘 곁에 서서 어깨 두드려 주며

하늘이 되고 새가 되고 구름이 되고

때론

밤하늘에 홀로 뜬 별이 되고

손톱 밑 봉숭아 꽃물 같은 초승달도 되는

내 안에서 날 꿈꾸게 하던

당신

 

어느새 나를 뚫고 흘러나와

깊은 그늘 드리운 나무 되었습니다

 

바람 간지러운 봄날의 달콤함

토란잎에 물방울 구르듯

소나기 푸르게 지나가던 여름 한낮의 청청함

감나무 사이로 햇살 종소리처럼 번지던 가을날의 고요

빈 나뭇가지 붙잡고 떨던 겨울 밤 바람소리

 

많은 날이 이렇게 새벽처럼 지나버리고

이제서야 나 당신의 깊이를 들여다볼 줄 아는

따뜻한 눈빛 하나 가졌습니다

 

뿌리를 적시고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깊은 사랑으로

가지 끝까지 당신을 물들입니다

여전히 내게로 건너오고 있는

저녁 빛깔 같은

당신

 

 

(수원 詩人  창간호 2011 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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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27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