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도시락 ㅣ...... 이영춘
춘천시 남면 발산 중학교 ㅣ 학년 ㅣ반 유창수
고슴도치 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아이는 점심시간이면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이 도시락을
훔쳐 볼 때면 아이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 묻어나는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것인지?
깍두기 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 난 이 시를 보면서 작은 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입학식날,
여자아이가 꼭 모습이 이렇게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였던게
생각나서 이 글을 여기다 올려보며 그때를 회상한다.
더구나 그 여자아이는 누런 코까지 말라 붙어있고 손이 얼마나
텄었던지 옆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손 잡기를 꺼려했다.
난 그애가 키 순서대로 우리 아이랑 짝이 될가봐 가슴조이며
걱정했는데....어쩌나!드디어 키 순서대로 서다 보니 우리 작은애랑
손잡게 되었으니.
속으로 걱정했던게 현실로 되었으니,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피할려던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 여자 아이 이름이 민미향이라는 것 까지
아직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 보면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은 모습으로,
더구나 입학식날은 모든 학부형이 자기 애가 제일 돋보이도록
신경을 각별히 쓰며 엄마도 한껏 모양을 내고 오는 편이었다.
난 그 애가 우리 작은 애의 짝이 되어 그애 엄마가 누굴까 궁금하여
운동장에서 부터 찾기 시작했다. 찾고 나서 좀 실망스러운 것은
본인은 한복으로 차려입고 화장까지 다 갖추었는데.......
아마도 보통 직업은 아닌가보다 생각했더래서 더 기억이나는가보다.
얼마나 바쁘고 힘든 형편에 살면 아이를 제대로 씻기지 못했을까
지금도 그 때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가 안스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짠한 기억으로 남는다
지금 쯤 그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려나
내가 절 기억하고 있는걸 그 애는 알려나 모르겠구나
지금 만나면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너 입학식날 감기 들었었니? 힘들었지,
그러면서 빽 속에 젖은 휴지라도 꺼내어
닦아줬을텐데....
작은 애가 만약 코
흘리게였더라도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가는 삶이었다면 나는 지금보다는
더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내지 않았을까....
그리 상상해본다.
2012. 3. 05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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