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스크랩] 산중여심(山中女心)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1. 6. 06:56


산중여심(山中女心) 산돌배 조성구

 

흔들리는 것은 가지인데 잎이 지고 있어요 마른 땅, 빈 고랑 찾아 잎은 채워지고 멀고 아득한 산의 언어들이 친구가 되는 밤이어요 아파도 숨낮춰 잠드는 나목들 각질이 벗겨지는 과목 중간쯤 묵은 신문지 펄럭이는 과원 울타리 너머 자꾸만 서쪽으로, 서쪽으로 별을 쫓아 시선은 모아지고 밤 물결 헤젓고 찾아온 산 멀미 ... 누군가를 이끌어 잡아놓고 떠나고픈 날 어느 곳, 먼 바람의 주인과 지금을 답습하는 또 하나의 주인 사이엔 계절내 씨앗이 분열(分裂)하여 이파리 떨어진 곳마다 그리움이 매달려 있어요 그, 그리움 내몰릴 때마다 슬며시 가보는 산그늘 꼭짓점엔 돌배나무 한그루 서 있어, 몸쓸 지루함을 산자락 밖으로 날 이끌어 내어요 지금은 가지가 흔들리고야 바람이 서둘러 와요 아린 목소리 들리는지 발 구르는 소리로 오늘은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요 그 바람이 빠져나간 계곡엔 밤을 앞질러 인기척 끊긴 적막이 주인이어요 2010.12.19 밤


 

출처 : 시인의 파라다이스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메모 : 오래간만에 반가워서.....